2022-01-19 10:26 (수)
고무동력기의 추억을 그리며
고무동력기의 추억을 그리며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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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렸을때 부터 만드는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에는 줄곧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냄새들만 골라 맡고 자란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락카 냄새, 신나 냄새, 본드 냄새 이런 류의 냄새만 맡으면 난 그 시절을 가끔 떠올린다. (나으 환각인가?) 그러다보면 결국 머리 속에서 맨 마지막에 남는 것이 무더워지기 시작할 때 쯤의 날씨와 산들거렸던 바람, 올려다 보았던 파란 하늘, 그리고 그 속을 날던 고무동력기이다. 초여름에 시작했던 고무동력기 날리기 대회는 손재주 좀 있다던 반 아이들 사이에 묘한 경쟁심을 가져다 줬고, 당시 우리들은 고만고만 했던 자존심을 고무동력기에 태워 날리고 또 날렸다.





나에게 묘하게도 그쪽 방면으로 재주라는 것이 좀 있었는지 초여름, 단발로 끝나야 할 것이 구대회, 시대회, 전국대회까지 올라가게 되면서 가을까지 이어졌고 줄곧 그 고무동력기와 지냈다. 그렇게 난 마지막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고무동력기라는것과 제법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기 때문에 과학상자 3호 보다도 갤럭시 버기(무선 조종차)보다도 만능키트(자세하게 알려하지 마시요)보다도 많은 추억을 나에게 주었다. 아마도 그 고무동력기와 늘 함께였던, 추억속이라 더 푸르르게 느꼈는지도 모를 하늘도 한 보템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지금 기억으론 그때의 고무동력기는 나에게 설레임과 뭐 비스무리한 것일꺼다. 어떻게 날라줄까 상상하며 만들때, 하늘로 막 오르려 할때, 채공시간이 기록시간에 다가가려고 할 때, 또 그걸 넘어서기 시작할 때, 땅에서 그저 하늘 속에 담겨있는 나의 비행기를 바라만 볼때의 그런 두근거림이란 요즘은 맛보고 싶어도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일 것이다. 분명... 아니... 연애 극초기적 감정과 비슷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것은 첫 비행시도에서 자꾸만 높이 높이 날아 올르더니 저 멀리있는 4층짜리 학교건물을 넘어 -꿈에서 조차 그러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내 시야에서 사라질때의 감격 만큼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어린시절을 보내다 갑자기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입시를 준비하고 진학을 하고 병역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고... 그때의 감수성, 순수함, 그리고 그때의 꿈과도 멀어지게 되었다.



가끔씩 고무동력기를 추억할 때마다 지금의 무뎌진 나의 감정들, 감수성에 다시 한번 놀라곤합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몹시도 그리워 집니다.





P.S 어렸을 때 우린 모두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이젠 우리는 "시시한" 어른이 되어가거나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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