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9 10:26 (수)
튀고 싶은 홀가 디지털 카메라, Digital Harinezumi2
튀고 싶은 홀가 디지털 카메라, Digital Harinezumi2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9.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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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품에는 소비자들의 관행이 있다. 모든 제품에 소비자들의 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관습적인 행동이 있기는 하지만 디지털 제품에는 나쁜 의미의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숫자놀음이다. CPU가 어떻고, 화소수가 어떻고, 가장 최근의 아이폰과 옴니아의 CPU클락 싸움까지 모두가 숫자놀음에 빠져있다. 말이 나왔으니까 잠깐만 짚고 넘어가자면 결국 아이폰의 CPU가 종합적으로 우수하다고 판결을 내린 몇몇 인터넷 글이 나와 옴니아 진영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여전히 다른 숫자로 또 옴니아의 숫자가 뛰어나다는 기사가 늘어나고 급기야 아이폰을 대적하기 위해 다양한 기기로 물량공세를 펴겠다고 한다. 웃긴다. 허술한 진영에 장수가 많다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본질을 오판하는 것일까? 무시하는 것일까?
이야기가 옆으로 흘렀는데 어쨌든 소비자들의 디지털 관행은 우리에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 같다. 좋은 점은 세계 최첨단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진정한 가치를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카메라 동호회에 가보면 노이즈가 많다고 카메라를 바꿔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하는 질문이 의외로 많다. 소위 말하는 내공은 동경만 할 뿐이다. 강호고수라는 몇몇 사람들은 똑딱이 카메라보다 떨어지는 성능의 기기를 들고 감탄을 자아내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내공이 출중한 것이다. 그들도 관행은 있을 것이지만 카메라를 들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내공을 기르는 시작은 사진을 찍은 후에 곧바로 확대해서 노이즈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표현되었는지만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화소나 노이즈, 연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관행이 있으면 그것을 깨고 다른 특별한 것을 찾으려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기 마련이다. 흔히 이단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일본의 한 회사가 그런 이단아적인 행동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다. 파워쇼벨이라고 하는 이 회사는 이미지와 소리가 가장 먼저 사람들의 마음에 닿고 다양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생각에 사진과 소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최첨단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토이카메라나 자연의 소리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고 독특한 시각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들을 소개하는 마지막 글을 보면 “미래의 멋진 비전은 없습니다만 우리모두가 오늘처럼 내일도 유쾌하였으면…이것이 우리의 이념입니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그러한 그들도 디지털의 즉시성은 외면할 수 없었는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 토이카메라를 출시하였다. Digital Harinezumi2라는 제품으로 이전 버전의 단점을 보완하고 동영상과 모노촬영을 강화하였다.



심플한 케이스에 실제품의 이미지가 간단히 프린터 되어 있다. 내용물은 더 간단하다. 본체와 설명서만 있다. 너무 심플하여 당황스럽지만 얄밉게도 판매원 아가씨가 재빨리 메모리와 배터리 옵션을 보여주며 구매할 것이냐고 묻는다. 얼떨결에 같이 구입하니 웬만한 최신형 똑딱이 카메라보다 비싸다. 21,400엔(본체 15,750엔), 한화로 약 28만원이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microSD와 CR2배터리는 국내에서 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110mm필름 모양의 외관에서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풍기지만 뒷면의 작은 LCD를 보면 디지털카메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면은 매끈하게 유광으로 처리하였으나 플라스틱이라 스크레치에 약하고 지문이 잘 묻어나는 단점이 있다. LCD를 빼고는 어디를 봐도 디지털제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뷰파인더도 없고 다양한 설정버튼도 없다. 전체 버튼은 셔터를 포함해 4개인데 전원버튼과 메뉴, 확인버튼이 전부다. 일반적인 아날로그카메라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컴퓨터와의 다이렉트 연결도 지원이 안되며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메모리카드를 분리해서 리더기로 확인해야 한다.
기계적인 성능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 300만화소로 최근 출시되는 휴대폰보다도 떨어지며 다양한 설정기능도 없다. 그리고 더 당황스러운 것은 스틸 촬영시에 뷰파인더나 LCD를 통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상단에 사각형 가이드가 있어 뷰파인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장식일 뿐이다. 정말 노력한다면 카메라와 눈사이의 거리를 가이드가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게 맞출 수는 있을 것이다. 무언의 메시지다. 그냥 찍고 싶은 걸 막 찍으라는…



손에 전달되는 느낌은 어떨까? 그냥 작고 귀여운 카메라를 쥐고 있는 느낌이다. 디지털 카메라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제조사의 의도였겠지만 LCD를 통해 찍으려고 하는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단, 동영상 촬영시에는 LCD를 통해서 라이브뷰가 지원이 된다. 흑백모드도 지원이 되어 빛 바랜 느낌의 사진도 얻을 수 있지만 흑백 모드로 들어가기 위해선 전원1번-메뉴1번-메뉴연속4번-OK연속2번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제조사의 의도로 보기에는 너무 불편하지 않나 싶다. 매크로 모드도 지원을 하는데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피사체와 거의 3cm이내에서 촬영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의 느낌은 홀가 필름카메라와 비슷하다. 뭐 어차피 롤모델 자체가 홀가 카메라였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디지털카메라에서 기대하는 선명한 화질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명한 화질이야 최신 휴대폰으로도 가능하며 주위에도 너무나 많이 있으니 제조사에서도 굳이 추가하여 그들과 경쟁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동영상의 느낌도 스틸사진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색하고 노이즈가 심하고 초점도 좀 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목표로 한 카메라이니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기왕 디지털로 전환을 하였으면 선명한 사진도 얻을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철저히 처음 목표한 기능에만 집중한 것이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비해 허술한 버튼의 조작감이나 재질감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Digital Harinezumi2는 좀 특이한 빛 바랜 듯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싶어하는,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물신 풍기는 그런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컨드 토이카메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신중히 고민을 해야 할 것이며 너무나 쨍한 그래서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이는 사진에 실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카메라이다.
거리를 걷다, 두툼한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이밀면 누구나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런 토이카메라를 들고 있다면 보는 사람도 신기해서 바라볼 것 같다.
제조사의 이념처럼 그냥 유쾌하게 찍고 싶은 것을 찍고 뭘 찍었는지, 어떻게 찍었는지는 집에 가서 확인하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강한 메시지가 들어있는 제품이다. 디지털의 즉시성을 추가하여 필름을 현상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젊은 세대들의 조급함과 감성적인 욕구를 동시에 채워주는 재미있는 토이카메라인 것 같다. 너무나 토이 카메라같아서 가격적인 부담감이 의외로 크다는 점만 빼고…












































파워쇼벨
Digital Harinezumi2

홀가 느낌의 디지털 토이카메라


자세한 사양은 위 참조


15,750엔, 옵션 4,100엔

국내판매 미정

디지털의 즉시성을 가미한 필름 느낌의 디지털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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