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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제품, 엉뚱한 스토리, Clockman
엉뚱한 제품, 엉뚱한 스토리, Clockman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9.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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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아이디어만 갖춘 제품과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모두 갖춘 제품은 판매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당연히 사용자들의 인식의 정도도 차이가 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되지만 스토리를 입히게 되면 사용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제품을 완성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이미 스토리가 갖추어진 명품브랜드나 사양으로 판단하는 디지털제품이야 특별히 스토리가 필요없을 수도 있지만 디자인 소품이나 완구 등은 스토리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아이디어의 완성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버린 나머지 스토리에 사용할 에너지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일본의 디자인회사나 완구회사들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 때 항상 스토리를 같이 발전시켜 간다. 개발하게 된 배경, 아이디어, 에로사항, 개발 중에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품의 완성과 함께 스토리도 완성을 시킨다. 그래서 보통 한 제품당 하나의 스토리가 나오며 시리즈는 그 시리즈에 맞는 스토리를 입힌다. 물론 가끔 억지스런 스토리가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제품과 어울리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오늘 소개할 제품처럼 엉뚱한 제품의 엉뚱한 스토리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것들도 많이 있다.
거기에 비하면 국내의 제조사들은 제품의 스토리 입히기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아니 무관심보다는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역사가 짧고 조급한 출시일정에 쫓기니 항상 출시하고 변경하는 부분이 더 많다. 스토리는 제품개발 이전에 시작이 되어야 하고 출시와 함께 초판이 공개되고 이후 제품의 변화와 함께 완성되어 가야 한다.

다카라토미의 Clockman은 엉뚱한 시계이다. 제조사의 스토리에 나와있듯이 바늘이 없는 시계이다. 정육면체의 블랙바탕의 제품으로 예전 아이디어홀릭에서 소개한 치큐노큐브(사각형 숯)와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다. 실제로 제품의 설명에도 깔끔한 숯의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블랙컬러를 메인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머리에 미니 캡을 쓰고 있고 눈과 입이 달려 있다. 어디에도 시계임을 알 수 있는 흔적이 없다.
제품은 총 4가지 색상으로 구분된 4가지 성격이 있다. 외부 설명에는 혈액형 타입으로 “A”, “B”, “O”, “AB”로 구분되며 각 혈액형에 맞게 멘트가 달라진다고 한다. 또 두 눈과 입술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다양한 기분을 표현하는데 익살스럽고 유쾌하다.

13cm 정육면체에 블랙을 기본 색상으로 하고 혈액형에 따라 A=핑크, B=블루, O=옐로우, AB=그린색상의 캡과 입술을 가지고 있다. 심플한 구조와 색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계라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Clockman이 왜 시계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조사의 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Clockman의 직업은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바늘도 디지털 안내판도 없지만 어쨌든 주인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Clockman은 꿈을 가지게 되고 그 꿈이 바로 “훌륭한 시계가 되는 것”이다. 혈액형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드러내지만 어쨌든 열심히 수다를 떨며 시간을 알려 주기도 하고 간단한 기분을 말하기도 한다. 계절 인사를 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말을 걸기도 한다. 귀찮으면 옆으로 두면 센서가 작동해 휴식모드로 들어간다. 근데 전부 반말이다. 네비게이션에 나오는 상냥한 아가씨의 옥구슬 멘트를 기대하지는 말자. 또 자주는 아니지만 기분이 나쁠 경우 시간을 알려주지 않고 성질만 부릴 때도 있다.
처음 제품을 개봉한 후 건전지를 넣고 날짜와 시간, 생일, 알람을 설정하면 더 이상 만질 것은 없다. 머리의 캡이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시간을 알고 싶으면 캡을 누르면 된다. 시계의 기분을 알고 싶어도 캡을 누르면 된다. 시계의 다양한 포즈를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정말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것 같다.



바늘이나 디지털패널이 없으니 전통적인 시계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거실이나 주방에 두고 사용할 제품도 아닌 것 같다. 데스크 위나 침대옆 협탁처럼 굳이 보이는 시계가 없어도 상관이 없는 곳이 가장 어울리는 공간인 것 같다. 오차는 일단위로 ±3초 이내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시간을 재설정해 주어야 정확한 시간을 표현할 수 있다.
시계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이 좀 색다른 경험 같기도 하지만 이미 우리는 시계와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백 년간 해 오고 있으니 그리 이상한 것만도 아니다. 시계는 우리가 알고 싶어하든 그렇지 않든 늘 시간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 역시 시계가 보여주고 싶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필요하면 시계를 들여다 본다. Clockman은 바늘을 없앰으로써 그러한 기존의 시계라는 개념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미 사전에 설정된 멘트만 전달하는 완구제품이지만 시도는 새롭다.
Clockman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혈액형 타입에 따른 멘트의 변화이다. 필자는 처음 이 제품의 정보를 접하고는 하나의 제품으로 4가지 유형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을 했었는데 막상 실 제품을 보니 고유 혈액형이 출시부터 셋팅되어 나온다. 역시 상술이 빠질 수는 없는가 보다. 각 제품의 특징은 혈액형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A”형은 조금 거만한 멘트, “B”형은 낙관적인 스타일, “O”형은 두리뭉실한 멘트, “AB”형은 약간 삼차원적인 멘트를 내보낸다.



오늘 소개한 Clockman은 엉뚱한 제품을 엉뚱한 스토리를 입혀서 완성한 재미있는 제품이다. 데스크 위나 협탁에서 알람기능이 필요하거나 문득 시간이 궁금할 경우 요긴하면서도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미 일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다양한 시계가 널려있다. 애지중지하는 멋진 시계는 물론이고 휴대폰, 컴퓨터, MP3 등 아마 한 집에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최소한 10개는 넘게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 더 정확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의 추가는 무의미할 것이며 새로운 컨셉의 시계가 사용자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제조사나 디자이너들에겐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시계이면서 바늘이 없다. 꿈은 훌륭한 시계가 되는 것이다. 제품의 스토리와 제품이 표현하는 멘트로 제품을 완성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디자인 올림픽에 갔다가 시계 분침을 구부려 5분전에 미리 행동할 수 있는 시계를 본 적이 있었는데 컨셉도 좋았고 스토리도 멋지게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에서는 좀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조금만 다듬고 옵션을 좀 보완한다면 상품성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국내 제조사나 디자이너들의 스토리 입히기는 서툰 것 같다. 시작이 어렵고 막막하더라도 하나의 제품에 하나의 스토리를 입히기를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완성도는 차츰 올라갈 것이며 나아가서 브랜드의 스토리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다카라토미
Clockman

바늘이 없는 시계
꿈 – 훌륭한 시계가 되는 것
사이즈 – 130mm x 130mm x 130mm
오차 – 일±3초 이내, 전원 AA x 3개


3,952엔(한화 약 53,000원)

국내판매 미정

엉뚱한 제품과 엉뚱한 스토리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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