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9 10:26 (수)
추억을 판다, P-Flash
추억을 판다, P-Flash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9.05.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의 할아버지는 해방 후 어려운 가정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서 고물상을 시작으로 흔히 이야기하는 3D직종을 섭렵하면서 나중에는 조그마한 빠칭코라는 슬롯머신 게임장을 운영하셨다. 한 번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께서 조용히 필자를 불러서 아주 엄하게 꾸중을 하시면서 마지막에 ‘야야, 빠칭코는 절대로 가면 안 된다, 알았제’라고 덧붙이셨다. 그때야 주위에 빠칭코도 없을뿐더러 갈만한 나이도 아니었으니 ‘예’라고 대답했었다.
그 후 7~8년 후에 필자는 지방도시 가는 것보다 더 자주 일본을 왕래하게 되었고 예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Pachinko’도 보게 되었다. 그때는 할아버지도 돌아가신 후라 직접 운영하셨던 빠칭코에는 가볼 수 없었지만 아는 누님이 운영하던 빠칭코에 갈 기회가 있어 가보았다. 현란한 불빛과 어릴적 문방구 앞에서 가지고 놀던 갤러그와 너구리의 효과음을 짬뽕으로 섞어 놓은 듯한 요란한 기계음으로 가득한 슬롯머신 앞에서 넥타이를 맨 셀러리맨들이 왼손으로 동전을 넣으면서 오른손으로 분주히 슬롯을 당기고 있었다. 처음엔 신기한 듯 구경을 하다가 누님이 가져다 준 구슬을 한 바구니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필자도 그들과 함께 동전과 슬롯을 번갈아 넣고 당기고 하면서 게임에 몰두하였다. 한 15분 지났을까 필자의 바구니는 반쯤 비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환호성이 터지면서 마이크로 축하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바로 옆의 남자가 앉은 기계에서는 수 많은 구슬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5분여가 지났을까 옆 자리의 남자는 10여 개가 넘는 바구니를 쌓아 두고 무슨 횡재라도 한 듯 흥얼거리며 슬롯을 당기고 있었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 역시 눈에 힘이 들어간 채 아까보다 더 집중해서 동전과 슬롯을 넣고 당기고 있었다. 그쯤 필자의 바구니는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고 별 재미를 못 느낀 필자는 남은 바구니를 직원에게 건네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여전히 빠칭코의 재미를 못 느끼고 있지만 일본의 거리거리에는 여전히 빠칭코가 넘쳐나고 있으며 수많은 바이트(아르바이트) 언니들은 오늘도 전철역 앞에서 호객용 휴지를 돌리고 있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한국에서는 전혀 호응을 끌어낼 수 없는 제품이지만 일본에서는 추억과 함께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이다. 빠칭코는 한국의 추억에는 없지만 일본인들의 추억에는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품은 빠칭코의 슬롯-요즘은 거의 대부분 버튼 형태로 바뀌었다-을 1/4로 축소한 형태로 휴대폰 스트랩형태로 만들어 졌으며 LED 플래시와 효과음으로 빠칭코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였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알고 TV만화영화를 보고, 많지는 않지만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자라난 세대들이 경제적인 능력과 약간의 여유를 즐길만한 시점이 되니 주위에 이러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 같다. 반다이의 뽁뽁이, 콩깎지 등을 시작으로 수많은 제품들이 추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P-Flash역시 그러한 추억을 소재로 한 액세서리 소품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로보트 태권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몇몇 제과류나 빙과류에서는 거의 대부분 상품을 70~80년대의 제품을 아직도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P-Flash는 빠칭코의 핵심인 불빛과 소리를 이용한 추억의 상품으로, 비록 액세서리로 작게 만들었지만 비슷한 효과음과 사운드로 추억을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다. 옆면에 붙어 있는 작은 버튼으로 불빛과 소리를 작동하며 효과음은 잭팟이 쉽게 터지지 않듯 랜덤으로 나온다.

지름 35mm정도의 크기로 휴대폰이나 가방 등에 달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수은건전지 3개가 들어간다. 일본의 빠칭코회사인 KYORAKU에서 직접 감수를 했다고 하는데 그냥 브랜드 사용차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위 P-Flash가 한국에서 히트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을 하였듯이 한국에는 빠칭코라는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도 찾아보면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소재를 잘 연구하여 단독제품이나 혹은 액세서리 등으로 만들어 본다면 하나의 틈새시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가끔 신문이나 잡지에 향후 히트상품에 대한 예상이 가끔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분류 별로 나누어 보면 첨단IT, 웰빙, 노후생활 등에 관련된 상품이 주로 등장하고 간혹 중년 이상의 나이에 맞는 컴퓨터, TV애니메이션관련 제품들을 주목해야 할 상품으로 꼽는 경우도 있는데 상당히 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30대와 40대 혹은 50대까지도-한국은 아무래도 40대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TV만화영화를 보면서 자라고 컴퓨터를 배우면서 자라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업무의 대부분을 보면서 생활한 세대들이다. 그러한 세대들이 나이가 들고 정년퇴임이 된다고 해서 이전 할아버지 세대처럼 장기나 바둑으로 노후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며 추억도 그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한국의 캐릭터 산업이 일본에 비하면 많이 뒤쳐져 있고 또 일본처럼 다양하지도 않아 소재 선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컴퓨터 게임이나 콘솔 게임, 컴퓨터관련 액세서리는 그나마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소비자라면 나는 어떤 물건이나 캐릭터에 향수를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이 리바이벌되어 나오면 행복해 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Kyoraku Sangyo
P-FLASH

빠칭코의 슬롯손잡이를 1/4로 줄인 휴대폰 스트랩
배터리 LR41x 3개, 무게 11g
본체 사이즈:H33.2 × W34.4 × D16.2 (mm)


1,591엔

국내판매 미정

추억과 휴대폰 액세서리의 조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