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이제는 너무나 흔한 제품이며 디지털기기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포드, 아이리버 등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제품들도 많고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도 많이 내려왔다. 필자의 서랍 속에도 몇 개인가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애플에서 5세대 아이포드를 발표했을 때도 이미 짐작하고 있던 제품이 나왔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좀 색다른 MP3는 없을까? 고민하던 필자의 눈에 들어온 제품이 있었다. 바로 MP3 DIY Kit였다. 몇 일전까지 Tu-870(진공관 엠프)을 조립하면서 "MP3도 이런 제품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며 혼자서 중얼거렸던 그 제품이었다. 그것도 일본이 아닌 한국의 반도체 유통회사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반도체 포탈이라는 조금 생소한 커뮤니티사이트를 운영하는 파워컴㈜에서 얼마 전 제작하여 전문 매니아 위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
패키지는 작은 부품박스처럼 생긴 프라스틱 박스로 되어 있으며 그 안에 여러 가지 부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아주 어렸을 적 내 손으로 라디오를 조립해 보겠다며 IC라디오 조립세트를 구매해서 밤새워 조립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도구라고 해봐야 인두기와 납, 핀셋, 그리고 경운기 옆 주머니에 들어 있던 뺀찌가 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작업을 도와주는 공구들이 너무나 잘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공구는 오히려 작업의 효율만 떨어뜨리므로 꼭 필요한 공구만 갖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위의 부탁으로 진공관 엠프를 여러 번 조립한 터라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케이스를 여는 순간 눈을 의심할 정도의 작은 부품들을 보고 너무나 놀랐다. 저걸 정말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을까? 일단 뚜껑을 덮었다. 두 세시간 투자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 일단 미루고 날을 잡기로 했다. 어찌 보면 지레 겁을 먹고 한 발짝 물러났던 것도 같다.
그렇게 한 일주일쯤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가 문득 황우석 교수의 말이 생각났다. "쇠젓가락으로 콩을 잡을 수 있는 한국인은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은 세계 최고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뚜껑을 열었다.
제조사 기술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조언을 구했다. 답은 플럭스를 칩이 위치할 곳에 적당이 도포를 하고 칩을 정확한 위치에 놓은 후 전체를 납으로 납땜한 후 솔더위크(Solder Wick)를 사용해 불필요한 납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게 되지는 않았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간신히 납땜 완료. 그 외에는 큰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각 부품의 역할을 다 알 수는 없으나 우리가 거의 매일 듣는 MP3의 내부구조와 흐름을 알기에는 멋진 제품인 것 같다.
조립한지 4시간 정도 경과해서 겨우 완성했다. 투명 아크릴을 사용한 케이스는 내부의 부품을 잘 볼 수 있게 해주고 직접 조립한 부품들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끼게 해준다. 최근의 MP3들 같이 세련된 디자인도 아니고 크기도 상당히 큰 편이지만 조립해서 책상 위에 놓아둔 나만의 MP3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해준다. 초보자를 위한 좀 더 쉬운 매뉴얼과 이미지가 추가된 정확한 부품 안내서는 빨리 보완되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조립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SP 케이블을 이용하여 펌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비록 흑백이지만 LCD창을 통해 모든 정보를 확인 할 수 있으며 폰트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LCD 패널과 배터리케이스의 고정이 좀 더 쉬웠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필자와 같이 기존 MP3에서 탈피한 재미있는 MP3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꼭 한번 권해보고 싶은 제품이다.
*차후 소프트웨어 테스트가 이뤄지는 데로 내용은 추가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