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9 10:26 (수)
RC CUTTY SARK
RC CUTTY SARK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5.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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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힘에 의해 무언가가 조정되고 움직여주는 일들에 대해 많은 흥미를 보인다. 그것은 단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사람과 제품사이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현상중 하나다. 제품이라고 까지는 뭐하지만 필자의 후배중에서는 아예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수학과 전공의 친구가 있다. 수학..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단어를 궂이 대학의 전공과목으로까지 선택하고 앞으로의 진로까지 결정한 그에게 궁금증 어린 필자는 그가 왜 수학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왜 수학을 좋아하냐고?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학문에 비해 이런저런 이유 달지 않고 정의한 공식만 적용하면 언제나 명쾌한 해답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그가 원하는 결과를 정해진 공식만 통하면 언제나 거짓과 오해없는 결과물이 도출된다. 문득 필자가 늘끼고 사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떠올랐다. 컴퓨터도 그렇다. 필자가 원하는 커멘드를 입력하면 언제나 예상되는 결과가 완성된다. 그렇게 원하는대로 빠르게 움직여주는 컴퓨터에 대한 신뢰는 때로는 수학과 후배녀석이 신뢰하는 전공과도 흡사하다. 핸들을 꺽는데로 움직여주는 자동차가 그렇고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시디플레이어가 그렇다.



사람의 손에 의해 직접컨트롤되는 모든 제품과 그에 따른 결과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거나 혹은 무언지 모를 쾌감을 느끼게 한다. 혹 그것이 이제까지 불가능했던 일에서는 더더욱 그럴것이다.





대략 범선이라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만들어야 하는 고가의 제작키트나 집안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드는 인테리어 소품정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런 기존의 범선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새로운 상품이 하나 탄생했다. 1800년대에 제작된 커티샥호의 모습을 420분에 1로 축소한 리모트 컨트롤배로 그간 단순히 요트나 어선 혹은 잠수함같은 모던한 디자인이 아닌 마치 후크선장에서나 봄직한 클래식한 배를 사용자가 직접 무선으로 컨트롤 할수 있다.






여기서 잠깐 커티샥호의 역사를 짚어보고 가자


1869년 스코틀랜드 남부 클라이드강 연안의 던버튼에서 건조되었다. 총톤수는 963톤, 전체 길이 85m, 너비 11m, 최고시속 31.4km이다. 마스트는 3개이고, 돛은 34장, 돛의 총면적은 3,047㎡이다. 당시의 쾌속범선 서모필레(Thermopylae)호에 대항하여 만든 차(茶) 운반용 쾌속범선이다.



17세기에서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영국으로 신차(新茶)를 수송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은 범선이었다. 1856년 런던의 차 상인들은 차 수송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런던에 가장 먼저 신차를 실어 오는 배에 톤당 1파운드의 상금을 걸었는데, 커티삭호는 바로 이 때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시는 증기선이 범선을 대체해가던 시대였기 때문에 커티삭호가 중국차를 영국으로 수송한 것은 8차례의 항해에 그쳤다. 1884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양모 실어나르기 시합에서 우승하여 양모 운반선으로 쓰이다가 1895년 포르투갈의 해운업자에게 팔려 국적이 바뀌었다.



그 뒤 영국의 한 선원에 의하여 미국의 뉴올리언스 항에서 발견되어, 1922년 다시 영국국적을 되찾았다. 1938년 템스 항해학교에 기증되었다가 1953년 커티삭보존협회에 기증되었다. 현재는 그리니치의 드라이 독 안의 박물관으로 쓰인다. 커티삭이라는 이름은 로버트 번스의 시 ‘샌터의 탬(Tom O`Shanter)’에서 마녀가 입고 있던 짧은 속옷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영국의 유명한 위스키 커티삭은 이 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배의 돛이나 몸체는 전부 플라스틱 재질의 완제품으로 통상적인 키트용범선처럼 따로 제작해야 하는 부분은 없다. 본체와 무선컨트롤러, 스탠드겸 동력장치 이렇게 세가지 아이템이 패키지에는 들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보통의 미니 RC처럼 실제로 동작하는 배에 프로펠러나 모터가 부착되어 있지 않고 본체는 보통의 프라모델처럼 순수한 플라스틱 모형 그 자체며 배 아래로 스탠드처럼 생긴 별도의 동력장치가 물속에 숨겨져 물위의 배를 움직인다.






재미있는것은 배자체의 무게가 가벼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동력장치가 배의중심을 잡아주는 추 역활을 하게된다. 따라서 보통의 미니 RC처럼 몇초나 몇분동안 충전해서 플레이 하는 방식이 아니라 AA배터리 하나를 동력장치(배터리커버도 방수링 제공)에 넣어주면 배터리가 소진될때까지 움직이는 방식으로 야외에서도 좀더 장시간 플레이가 가능하다. 동력장치에는 전진과 후진를 돕는 프로펠러와 좌우를 움직이는 방향날개가 달려있어 컨트롤러로 부터 전송되는 커멘드를 40Mhz의 무선으로 조정할수 있다.





지구본 디자인의 컨트롤러는 방수를 위해 소형 전자계산기나 차량용 LCD TV의 컨트롤러등에서 자주볼수 있는 필름이 씌워진 터치버튼식의 컨트롤러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RC제품들처럼 스틱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전후좌우 동작의 강약 조절이나 미세한 움직임등의 자유도 부분에는 다소 제한적이다. 따라서 동시에 버튼을 누를경우 커멘드 입력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동차와는 달리 코너링이라던지 빠른 속력을 즐기는 일은 없기 때문에 실제로 배를 띄워 플레이 할때에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듯 하다.





이 제품은 어른의 손바닥 한뼘남짓되는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예전 커티샥호의 디테일이라던지 돛과 연결된 여러가닥의 실들은 억지로 구겨진듯 축소된 보통의 RC에 비해 당시 존재했던 배에 대한 실제감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동력전달장치를 제거하면 완벽하게 디스플레이용 오브제로서도 활용가치가 높다. 현대와 고전의 환상적인 만남이랄까? 눈으로 감상만하던 그 옛날의 배를 우리집 욕조에서 스스로 움직여 보는 재미는 필자에게 묘한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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