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9 10:26 (수)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진, 핀 홀 카메라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진, 핀 홀 카메라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5.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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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홀 카메라... 한국말로 하자면 바늘 구멍 사진기... 뭔가 아련한 이 단어. 아직도 초등학교에서 방학 때마다 탐구생활이라는 것이 배급(?)되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이 바늘구멍 사진기란 말을 들으면 난 그 탐구생활이란 단어가 같이 내 기억 속에 맴돈다. 그 기억을 거슬러 올러가보면 ,우선 준비해야 할 것이 검은 종이상자. 한쪽엔 바늘구멍을 뚫고 반대쪽에 사각형을 A4정도의 크기로 잘라내 거기에 - 물론 그때는 어린 녀석들을 위한 방학용 컨텐츠인지라 필름으로 할리는 만무하고 그 대용품을 문방구에 가서 구해야 했다. 습자지를 필름 대용으로 붙여 이 종이에 상이 맺히는것 만을 신기한 듯 확인을 했던... 그래서 바늘구멍 사진기는 사진을 찍는 것이라기 보다는 맺힌 상만을 보는 쓸모없는 사진기라고 단정 지어버렸던 무지했던 어린 시절이 나에겐 있었다. 이것도 다 그 탐구생활 덕분이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십수년 뒤, 이웃나라 일본의 수도에 있는 한 백화점 전시관에서 여러 사진들을 관람하게 되었다. 부드럽고 따뜻하며 뭔가가 조금은 이상한 (알고보니 과도한 f치 때문) 그런 느낌, 일상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뭔가 다른 시공간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진들을 보고 그것이 바로 그 바늘...아니..(먹은 나이처럼 유식하게 말하자)....그 핀홀 카메라로 찍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내 머리속의 바늘구멍 사진기는 분명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허접한 놈이 였는데...




일본의 핀홀 사진작가 하야시 토시히로씨의 작품



그래서 이 핀홀 사진이 일반 사진과 뭐가 틀릴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핀홀카메라는 우선 일반 렌즈 카메라의 조리개 수치의 수십배 이상에 육박한다. 수치적으로는 f 130 - f 360 ,그러므로 말도 안되게 카메라와 가까운 피사체부터 멀리 있는 풍경까지 포커스가 전부 맞아버리는, 일반렌즈 카메라로는 불가능한 표현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엄청난 조리개 수치로 인해 보통 카메라의 수백분의 일초의 세계와는 다르게 기본 수 초 이상의 노출시간이 요구된다. 여기서 보통의 사진과의 차이점이 발생하게 된다. 수백분의 일초의 일반 카메라의 세계는 시간을 들여 물체를 보는 사람의 눈과는 분명 다른 차원의 영상세계일것이다. 물론 사람의 눈처럼 동영상이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핀홀 사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시간이라는 것에 사진을 가득 녹여 담아야 하는 것이기에 사람의 마음속까지 절절히 와닿는 그림으로 잡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다시 몇년뒤...디지털카메라라는 것이 판치는 가운데 우직한 니콘만의 신작, 필름 카메라인 F6의 발매소식이 몹시도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요즘, 난 극도로 아날로그적인 카메라 킷트를 접하게 되었다.





또 구하지도 못하는 외국꺼냐고 생각 하셨다면 속단은 금물! 포토빌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산 PinholeArt135-Lite 이다. 우선 킷트인 관계로 조립을 요하는 데 부품 수도 조금밖에 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특정 부품을 제외하고는 재질은 나무이기 때문에 핀홀의 부드러운 사진처럼 재질감 또한 따뜻하다. 그럼 이제 조립을 해보자!









조립을 끝내고 필름을 넣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다행이 날씨가 맑아서 설명서에 표기되어 있는 맑은 날의 표준 노출시간 (ASA100 3초)으로 잡고 촬영을 시작했다. "빛이여 이 상자에 가득 담기거라"라는 주문을 외우며... 그러나 첫 촬영이라서 이 카메라에 대한 감도 전혀없고 이 카메라에는 파인더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완죤히 나의 감각으로만 찍어야한다. 그래서 더욱 현상소에 달려가 빨리 인화물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그것은 로모 이상의 설레임이라 할 수 있겠다.




PinholeArt 135 - Lite로 필자가 찍은 첫 필름 롤 중에서



인화물들은 아쉽게도 전반적으로 노출 오버였다. 필자가 욕심때문인가 설명서를 믿지못하는 성격때문인가, 설명서에 기재된 시간보다 약 2초정도 더 주었던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몇 번만 더 촬영한다면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을것 같다. 또 조사해 본 바로는 바늘구멍의 크기와 정밀도가 핀홀 사진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유명한 핀홀 사진작가는 레이저를 동원해서 구멍을 뚫는다고도 하는데 나도 이 바늘구멍을 좀더 개선한 다음 2차 촬영에 나서고 싶다.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필자는 이 제품을 적극 추천한다. 간편한 디카도 좋기는 하지만 값싸고 간단하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현상시 설레이고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 회사도 도와주고,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당신의 최상의 이미지툴이 될지도 모르니까... 나도 당분간은 핀홀사진의 깊이를 맛보고 싶은 포로가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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