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9 10:26 (수)
less is more 그리고, 올드보이
less is more 그리고, 올드보이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4.1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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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채좋은 아저씨, 굵은 시가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있고 싫을 정도로 완고해 보이며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일 것처럼 보이는 이 아저씨는 패션부터 시작해 디자인, 건축 등에 종사했던 동년대의 모든 크리에이티브한 인간들에 떨림을 주었던 20세기의 거장 중 한분이신 독일의 위대한 건축가 미스 판 데어 로에(Ludwig,Mies van der rohe , 1886-1969)이다.



3대 거장 중 다른 한분이신 르 코르비지에가 학자풍의 스타일의 생김새와는 대조적으로 마피아 보스같은 스타일을 자랑하는 이 분은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그것이 명언 "less is more" (보다 적은것, 부족한것이 곧 보다 많은것이 된다.)이다. 이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크리에이터가 사상가처럼 말할 수 있는 정말 질투나도록 멋진 멘트라 필자는 생각한다. 장식이 약간 부족한듯한 심플한 디자인이 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고 질리지 않으며 더 아름다워 보일수있다는 말이 될 수도있고 영화로 말하자면 약간의 설명 부족의 이야기를 가진것 (뭐 허진호 감독님 같은 영화풍?)이 보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줄 수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이말을 처음 들을 때 생각했다.



이 명언에서 알수 있듯이 그는 자주 미니멀리즘 건축가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는 존 퍼슨으로 대표되는 미니멀리즘 운동이라는 것은 금욕적이고 그 안에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떨어트려놓고 생각하는 주의라고 생각하는데, 즉 생활감 같은 (널부러진 리모컨, 빨래할 옷들 설겆이할 그릇으로 넘쳐나는 부엌) 것들은 전부 다 쓸어담아 안보이는 곳에 숨겨버리는 것과 같은 열라 말도 안되게 비정상적으로 깨끗하게 보이는 카달록 속의 사진 혹은 디스플레이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미스 판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바르셀로나 엑스포(국왕접대용의자)에서 유래)는 심플하기는 하지만 이런것과는 반대로 인간적이고 섹시함이 그 심플함속에 녹여져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딱 봤을때 최소한의 요소로 만들어져 있는듯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좋은 뜻으로의 씰떼없는 것들도 같이 숨어져 있기에 (약간 장식적인 산양 가죽의 디테일감있는 단추달린 모양과 부드러운 커브의 X자의 다리와 결합을 위한 봉제 선들,),이것들이 어우러져 무언가 섹시한 향기를 뿡뿡 뿜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사용자가 이 의자를 사용할때를 충분히 고려한듯한 배려가 이 의자에서 넘쳐 나고있는 듯 하다. 이것이 아마 진실된 의미의 Less is more라는 생각이 든다.



이말과 더불어 이 양반의 유명한 말이 또 있는데 그것이 "신은 디테일 속에 깃들여있다"라는 말이다. 뭔가 헛소리에 가까운거 같지만 알기쉽게 풀이해 보자면 `신`이라는 말 대신 `생각`혹은 `의도`로 바꾸어 생각해보자. 그럼 "생각(의도)는 세부에 깃들여 있다"가 될것이다. 디자이너나 건축가의 의도혹은 생각은 그들 작품의 작은부분에서 나타나게 된다는 말인데, 다른 분야에도 이말은 적용된다. 정말 환자들을 생각하는 병원이라면 메스부터 대기실 의자손잡이 안쪽까지의 청결마저도 신경써야한다든가, 화장실을 보면 그음식점을 알수있다라든가? 충전을 잘 안해 맨날 꺼지는 핸드폰과 시계밥 안줘서 느려진 시계를 차고다니는 영업사원은 못 믿겠다라든가? 뭐 많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그러므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하고 그래야 정말 제대로 된 것을 만들수 있는데, 그 예가 바로 올해 칸의 영광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님의 올드보이가 되겠다.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대사면 대사, 소품이면 소품에 이르기까지 영상속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영상은유를 통해 수많은 디테일을 녹여낸 이 작품에 세계가 환호한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것이다. 그리고 우연히도 이영화 속엔




디테일의 거장,미스 판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체어가 있었다.



P.S.


요즘 흔하디 흔한 이런



(Seagram Building (가운데 어두운 건물) , NY ,1958 , 이분의 대표작)


철골구조에 전면유리를 발라버린 건물 스타일은 이양반이 원조이다. (장식적 건물이 판칠때 이런 건물을 생각하시다니...)





1986년에 다시 복원해서 만든 바르셀로나 엑스포의 독일관 (1929년) (뭔가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펜트하우스스런)



미스 판 데어 로에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의 건축물들을 꾸며주는 그가 그토록 신경썼던 세세한 부분으로써의 의자들을 대략 모아봤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농담삼아 비틀즈가 전부다 해버려서 이젠 내가 할 게 없다고들 말하는데 건축가들도 마찬가지,이 미스 판 데어 로에랑 르 코르비지에가 다 해버려서 내가 할일이 없어용. 이라고.......



P.S.S 올드보이 디비디 커멘터리를 보면 유지태씨가 이의자를 너무너무 가지고 싶어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리고 요즘 한국영화에서도 많이들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박찬욱감독님의 쓰리몬스터에서도.. 이병헌이 바람둥이로 나오는 영화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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