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9 10:26 (수)
팝아트와 대중문화
팝아트와 대중문화
  • 아이디어홀릭
  • 승인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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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여성들의 옷은 아주 화려해졌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같은 강렬한 원색이 상하의 전반에 등장하며 프린트가 더욱 강렬해진 게 특징이다. 20세기 팝 아트 등에서 영향을 받은 프린트 혹은 일러스트, 드로잉 같이 그림을 그리는 기법을 활용한 프린트 등이 눈에 띈다. 마릴린 먼로와 같이 대중 문화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만화 주인공이 등장한 상의, 여러 그림을 한데 섞어 놓은 듯한 다양한 문양이 아트 기법을 활용한 예다.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카툰 프린트는 옷차림을 유쾌하게 장식하기도 한다. 이러한 패션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는 팝아트에 대해 알아보자.





팝아트란?


팝아트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소비문화의 대중미술로서 195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되었으나 50년대 중 후반 미국에서 추상표현주의에 반대하고 매스 미디어와 광고 등 대중문화적 시각이미지를 미술의 영역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구상미술의 한 경향을 말한다. 대량생산과 소비가 절정에 달하게 된 1950년대의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는 자연 대신 광고판과 대중매체를 통해 넘쳐나는 각종 이미지들이 `자연`이자 `환경`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고 추상표현주의에 식상한 화가들이 경쾌하고 가벼운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을 그림에 등장시키지 시작했다. 텔레비전이나 매스 미디어, 상품 광고, 쇼윈도, 고속 도로변의 빌보드와 거리의 교통 표지판 등의 일상적인 것들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만화 속의 주인공 등 범상하고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산업사회의 현실을 미술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팝 pop`이라는 명칭은 `popular`의 약자로 보는 경향이 유력하고 이것은 일상 생활에 범람하는 기성의 이미지에서 소재를 취했던 이 경향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950년대 런던의 젊은 미술가들은 일찍이 팝뮤직, 미국영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패션, SF물 등 대중사회의 새로운 하위문화에 주목하고 연구회와 전람회를 열고 있었다. 영국에서 대중소비문화에 대한 관심 아래 조직된 전시가 56년에 열린 ‘이것이 내일이다’ 라는 전시에 R.해밀턴(Richard Hamilton)이 출품한 《오늘날 우리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작품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팝 아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팝 아트라는 명칭은 해밀턴의 사진 콜라주 작품에 보디빌딩을 하는 남자의 손에 들려진 거대한 캔디에 `pop`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던데서 생겨났다. 그리고 이 파의 비평가 로렌스 앨러웨이가 60년대 뉴욕으로 옮아가 한 무리의 미국작가 작품을 총칭하여 `팝 아트`라고 부름으로써 이 명칭이 정착되었다.



팝아트의 주요 작가들


미국 팝아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화가는 로버트 라우센버그이고 그와 같은 시기인 1955년에 제스퍼 존스가 등장하여 과녁, 성조기, 숫자, 번호표, 미국지도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재현한다기 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물이며 자기 완결성을 지니게 제작하였다. 로이 리히텐스타인(Roy Lichtenstein )은 미국의 어느 화가보다도 정확하게 팝 아트의 기본전제를 명확히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진부한 만화나 광고물을 기본 주제로 삼아 그것을 유화, 아크릴 물감 등으로 확대시켰다. 즉 만화를 대중미술로 승격시키고 다른 소재들도 만화의 통속적인 표현양식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을 지속했다. 그는 만화의 인기 있는 이미지를 두 세편쯤 골라 단순화시킨 후 강한 색채를 가해 현대인들의 잠재적 폭력과 영웅심을 만족시키는 대중미술을 창조했다고 볼수 있다.



미국의 팝 아트의 대표라면 앤디 워홀(Andy Warhol)을 들 수 있는데 그는 실크스크린이라는 대량 복제가 가능한 인쇄 방법을 이용하여 반복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는 광고의 속성을 차용한 것으로 현대의 대중 문화에 걸맞는 예술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워홀은 대중적 이미지뿐 아니라 공포의 이미지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영화 배우와 같은 유명인들, 꽃, 코카콜라 병, 또는 전기의자, 자동차 충돌 장면, 폭풍의 현장 등을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묘사하여 거의 임의적인 색채를 첨가함으로써 미묘한 효과를 보여준다. 그는 "나는 원래 상업미술가로 시작했는데 이제 사업미술가로 마무리 하고싶다. 사업과 연관된 것은 가장 매력적인 예술이다"라고 할 정도로 미술은 심오한 정신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오락적, 일상적 `상품`으로 취급하며 미술의 새장을 열었다.




팝 아트가 그림 이외의 다른 분야에 적용된 사례들은 많다. 팝 아트의 시각적인 강렬함과 대중을 끄는 매력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팝 아트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1968년 만들어진 비틀즈의 <옐로우 서브마린(Yellow Submarine)>이라는 곡의 에니메이션은 팝 아트를 애니메이션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비틀즈의 음악과 함께 몽환적 분위기의 사이키델릭 아트로 채워져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비틀즈에 대한 재평가와 재발견으로 해외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가정용 비디오와 DVD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2001 서울 국제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 선보여 비틀즈의 감춰진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 주었다고 한다.



또한 국내 캐주얼 의류 브랜드 에이엠하우스(AMH)와 네덜란드 맥주 하이네켄이 만나 서로 취하지 않는`입는 맥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공동 합작한 제품군의 이름은 `I AM HEINEKEN’이고 이것은 에이엠하우스 의류의 디자인에 하이네켄의 로고를 접목시킨 제품들이다. 티셔츠를 비롯한 각종 상의와 숄더백, 모자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같은 디자인으로 매장 디스플레이를 펼친다. 스포티즘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콸콸콸`마시는 맥주가 `역동적 젊음’을 구현하는 의류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가세한 것이다. 또 미적으로도 그래픽적인 하이네켄의 로고 이미지와 패셔너블한 스포티즘을 내세우는 에이엠하우스가 궁합이 잘 맞아떨어져 `팝아트’ 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볼수 있다.



모든 팝 아트의 의도는 웃기고, 놀리고, 기분상하게 하는데 있다. 싸게 사다가 못쓰게 되면 버리는 물건들을 기념하고 기억함으로서 담배, 코카콜라, 미쉐린 타이어, 핫도그, 케쳡, 질레트 면도날, 캠벨스프 깡통 같은 20세기 소비상품을 대중미술의 영역을 끌어들이고 더 나아가 팝 아트 작가들은 서구사회의 일상적인 일들을 매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소통의 방법에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팝 아트도 유행처럼 10년쯤 인기를 끌다 사라졌지만, 현대문명의 대량생산과 광고, 소비, 기업윤리에 대한 대중문화의 생생한 흔적을 미술에 남겼다. 팝아트는 미술과 사회간의 연계성을 추진한 최초의 현대미술이며, 1980년대에는 네오 팝아트가 등장하여 오늘날 까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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